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책.음악.시.

여행자의 자세

도시여행자 (양장) 도시여행자 (양장)
요시다 슈이치, 이영미 | 노블마인 | 20100325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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요시다 슈이치의 책은 아리송송하다.
완전 확 끌리는 책들(나가사키, 7월24일의 거리)이 있고
좀 기분 찝찝한 책들(퍼레이드, 도시여행자)이 있다
아무래도 대표작인 악인을 읽어봐야 어느 한쪽으로 무게가 실릴 것 같다.

도시 여행자 안에도, 역시나 내 취향인 단편이 있고,
기억에서 사라져 가는 스토리를 억지로 붙잡아야 하는 단편이 있다.

내용들은 딱히 마음에 드는 것은 없었지만, 그래도 이야기를 풀어가는 방식에 대해서는 이런저런 실험을 한 것이 마음에 든다.  "영하 5도"나 "태풍 그 후"의 중간 서술자가 엇갈리면서 바뀌는 것도 좋고, 특히 "태풍 그 후"에서 마지막 문장이 꽤 좋았다, 정확히 기억은 안나지만
하고 싶지 않은 말을 강요 당하는 것과, 하고 싶은 말이 있는데 아무도 받아주는자가 없는것 중 어느 것이 더 괴로울까.
개인적으로 나는 하소연하는 것을 취미삼은 인간이니까, 후자가 절대 더 괴롭다고 주장하련다. 
"등대"의 과거 자신과 미래 자신과의 대화도 재미있기는 했는데, 좀 혼란스럽고.
마지막에 "캔슬된 거리의 안내"에서는 서술자 안에 서술자를 두는 액자형식이 인상이 깊다.

읽은지 하루 밖에 안 됐는데도, 다른 것들은 어제 읽은 순정만화랑 겹쳐서 이야기가 혼돈된다.
아무래도, 읽을 때부터 순정만화같은 것도 있었고 - "나날의 봄", 약간의 스릴러라고 할만한 "새벽 2시의 남자", 약간은 코믹하다고 해야할지, 조금은 애처로운 두 세대의 남자들이 각기 다른 방식으로 남자로서의 아이덴티티 공황을 거쳐가는 이야기들인 "녀석들"과 "오사카 호노카"
 그리고 "24조각"은 전혀 기억에 없다...이쿵!

그래도 하나는 제대로 건졌다!  "젓니"라는 작품은 내가 이 작가의 책을 읽을 때 항상 감탄하는 밑바닥 저질 라이프의 진국을 적나라하게 들춰낸...흠 만화책으로 치자면 "시가테라"? 인데, 그걸 또 너무 생동감나게 이야기를 풀어나가서 마지막엔 나도 고야랑 함께 손을 불끈 쥐고는 
"뛰어"
라고 소리 지를 뻔 했다는! 솔직히 류세이도 류세이지만, 고야가 좀 "뛰어"줬으면 좋겠다.

제목은 도시여행자...라는 한참 멋 부린...제목이긴 한데, 역시나 요시다 슈이치식으로, 어느 도시이건 볼 수 있는 인간만상의 여러 속내가 담담히 까발려진 이 책은, 독자가 주인공들의 삶을 살짝 옅보는 관광을 도와주는 마녀의 유리구슬 같은 책이다.

이글은 "인터파크도서"에서 작성되었습니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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